예단, 예단비, 봉채비 이런 게 다 뭔가요? 과거에는 꽤나 스트레스가 되었던 항목들인데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가에서 지혜롭게 잘 해결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살집하고 살림살이 그리고 스드메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항목들이 많아지면 이 역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는 이 항목들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꾸밈비 얼마가 적당한가요?
네이버 지식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었습니다.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여친이 그러는데 결혼할 때 남자가 여자한테 꾸미라고 주는 돈이 있다고 합니다.꾸밈비라고 하는데 누구나 다 결혼할 때 그런다고 하네요.. 그래서 꾸밈비? 보통 얼마 정도 주는건데? 하고 물어 봤는데 1천 만원이라고 합니다.. 집도 구하느라 부모님께 돈 빌리고 정말 ..ㅠ 꾸밈비;; 결혼하는데 쓰잘데기 없이 돈낭비 ㅠ 인터넷 검색해 보니까 꾸밈비가 신조어 같던데… 이거 안 해 주면 안 될 것 같고.. 안해준다고 말 하기도 뭐 하고 미치겠네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꾸밈비 해주면 미래가 좀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친에게 설득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조어는 아닙니다.^^ 과거 전통 혼례 시대 때 부터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있었던 허식 중에 하나이기는 합니다. 우선 도대체 예단이란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 현시대 결혼식은 거의 99% 서양식으로 치루면서 사전 절차는 또 예전 전통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각자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돈”에 대한 거래들만 남은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중에서도 예비신부들께서 상당히 골치 아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예단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골치만 아플뿐 형식과 전통과는 판이 하게 다릅니다.
예단 예단비
예단(禮緞)이란 원래 신부가 시부모님께 ‘예물(禮物)로 드리는 비단(緋緞)’을 뜻하며
우리의 전통혼례에서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예단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먼저 신랑쪽에서 신부쪽에 비단천(신부 옷감이 아님)을 보내면 신부는 그 비단천으로 손수 바느질을 하여 시부모님의 옷을 지어서 신랑쪽으로 보내는 겁니다.
과거에는 옷을 사입는 게 아니고 모두 집에서 직접 지어서 입었기 때문에 여자들의 바느질 솜씨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즉 비단천을 보내서 며느리의 바느질 솜씨를 보려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당연히 신부쪽에선 온갖 정서을 다해서 옷을 지어서 보내는 겁니다.
신부감이 바느질 솜씨가 아주 뛰어 나다면 모르지만 옛날에도 지금처럼 결혼을 앞둔 처녀들이 제대로 신부수업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신랑쪽에선 그렇게 지은 옷을 받아 보고는 며느리 바느질 솜씨가 좋다고 온 동네에 자랑을 합니다.^^;
그러고는 옷 잘지었다고 얼마간의 수고비를 보내는 것이 변질되어 오늘날의 “예단비”가 되었습니다.
봉채비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봉채(封采)란 것은 혼례 전에 신랑쪽에서 신부쪽에 채단(采緞)과 예장(禮狀)을 보내는 것을 뜻합니다.
채단은 색갈있는 비단 즉 ‘녹홍색 비단’을 뜻하며 신부들이 입는 빨강치마에 녹색저고리를 만들 옷감입니다.
예장은 혼서(婚書)를 말합니다.
봉채는 ‘함’입니다.
이 안에 들어가고 오가는 또 금전적인것들이 있지만 바로 꾸밈비로 넘어가겠습니다.
왜냐면 실제적으로 봉채…(요즘은 봉채비라고 하는데..)가 바로 꾸밈비로 봐도 무방합니다.)
만일 봉채비도 받고 꾸밈비도 받는다고 주장하신다면…
신부를 돈 천만원에 산다….라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고 싶은데 지금 이렇게 설명되는 것이 꼭 이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없어져야 할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혀, 현실감이 없는 전통같지 않은 전통이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꾸밈비’ 이건 도대체 뭔가요?
신부가 치장하는 비용이란 뜻인데 그걸 왜 신랑쪽에서 부담을 해야 하는 거며
신부가 자기 몸을 치장하는데, 신랑쪽에서 돈을 받아서 합니까?
과거의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신부의 집안이 정말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그야말로 혼례준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고 없는 집안이라 신랑집 얼굴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혼례는 치루어야겠기에 신부가 입을 옷, 꾸미는데 필요한 재료. 또 친정집에서 잔치를 치루고 먹고 살 수 있도록 얼마간의 논,밭을 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몫 잡은건가요? 창피한 노릇인가요?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신부의 몸 단장을 하는 비용만큼은 설사 신랑쪽에서 부담을 해 준다고 해도 거절을 하고 신부쪽에서 준비하는게 멋스럽고 떳떳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친구는 시어머님이 카드 주셨다면서 가방도 사고 속옷도 사고…’
하셨는데 시집갈 신부가 속옷도 없어서 속옷까지 신랑한테 얻어 입고 시집을 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댁에서 선의의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라면 전혀~ 흠이나 책 잡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사람이 살다보면 후에 혹여라도 부부 싸움 도중이나 고부간의 갈등 상황에서 ‘과거에 내가… ‘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썩 유쾌하지 않을 테니, 굳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받지 않거나, 또는 내가 그만큼 했으면 저쪽에서도 그만큼 받겠다. 는 생각이면 제일 건강하다는 판단입니다.
약간의 논리의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항목으로 괴로워하거나 이끌려 다니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설명드렸듯이 전통에도 없고 의미의 본질을 조금 더 살펴 본다면 창피하기 그지없는 서로의 돈벌이를 위한 항목들일뿐입니다.
이런 허례허식들을 끊을 수 있는 제일 첫걸음은 신랑쪽에서 부터 시작하시는게 가장 멋져 보입니다.
최초 예단비가 오갈때 그때부터라도 제가 말씀드린 이러한 전통의 참 뜻을 아시고 제외 할 것은 과감히 빼시고, 기분좋게 선물할 것은 선물하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위 질문에 대답을 요약하자면, 금전적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것 보다는 시어머니께서 며느리 이쁘다고 선물하나 해주시는 그런 얘기는 안되는 걸까요?